
(Denver, CO = Won Jeong) 화창한 9월이었다.
지난 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에 마음을 뺏겨버린 나는, 콜로라도 심포니의 ‘Rachmaninoff’s 3rd Piano Concerto‘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모든 스케줄을 뒤로 미루고, 이 콘서트를 위해 시간을 비웠다.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러 가기에 완벽한 날, 이라고 해도 될 만큼, 화창한 날이었다. 그다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선율‘과 어울리는 날이었다.
피아니스트 Garrick Ohlsson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지휘자 Rune Bergmann가 지휘하는 콜로라도 심포니의 선율에,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피아노를 연주하던 노 신사 Garrick Ohlsson은, 197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자였다. 역시…라고 생각했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피아노 선율이 홀을 가득 채웠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연주곡 중, 단연코 가장 어려운 곡,이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듣기에는 좋았다. 피아노의 선율이, 마음속에 머물다가 빠져나갔다.
심포니의 연주와, 피아노의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점점, 하나의 그림을 그리듯이 번져나갔다.
말하자면, 먼저 큰 산과 바다를 그려놓고, 그 위에, 작은 새들과, 조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배들과, 그리고 그 아래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그리듯이, 라흐마니노프는, 강약과 빠름과 느림을 조율하면서, 듣는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온 마음을 뒤흔들었다가, 그리고는 다시 차분히 가라앉게 만드는, 라흐마니노프의 ’마법‘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라흐마니노프라는 사람에 대해 알 것 같다가도, 종국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